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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공연人 이야기(인터뷰):27] "무대 위에서 살아있는 배우가 되어 진심을 전달하고 싶어요." 배우 이민재 by 문화메이븐(라온아토)

No. I027


2016.08.22 @카페 It 수다

with 배우 이민재

사진촬영 :  유민정, 윤빛나

* 내외신문 인터뷰 풀버전입니다.(http://bit.ly/2bJiVw0) *




완벽히 다듬어지지 않은 수정. 그래서 투박하지만 본연의 아름다움이 더 보여지기도 하다.  지난 8월에 끝난 뮤지컬 <알타보이즈>에 이어 뮤지컬 <노서아 가비>를 준비 중인 배우 이민재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지금도 스스로를 다듬고 있는 수정같은 배우 이민재를 만나보았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배우 이민재입니다. 저는 89년생이고요. 9월 23일이 생일이에요. 얼마 안 남았네요(웃음). 뮤지컬과를 전공했지만 연극을 더 하고 싶었던 학생이었어요. 지금 뮤지컬을 연속으로 하고 있지만 앞으로 연극과 뮤지컬 두 장르를 통해 관객분들과 만나고 싶어요.


Q. 연기를 시작한 계기가 있나요?

사실 제가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특별히 꿈이 없었어요. 고등학교를 올라갔는데 저희 학교가 연극 시범 학교여서 일주일에 한 번 씩 연극 수업이 있었어요. 그리고 선배들이 동아리 홍보를 하는데 연극반에 들어오면 점심을 가장 먼저 먹을 수 있다고 그러더라고요. 그 제안에 혹해서 연극반에 들어갔게 됐어요. 연극반에 들어가서 청소년 연극제에 학교 이름을 걸고 나가보기도 하면서 연기가 조금씩 재밌어졌어요. 어쩌다보니 상도 받게 되고. 그러면서 ‘아, 내가 연기를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처음으로 하고 싶은 게 생긴 거죠. 그리고 뭔가를 잘한다고 남한테 이야기를 들은 게 처음이다 보니 지금 이 길을 걷게 된 것 같아요. 저는 정말 단순해요. 그리고 금방 질려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다방면으로 어느 정도는 하지만 하나를 깊게 파고들지를 못하거든요. 그런데 연기를 할 때는 계속 바뀌잖아요. 제가 하는 게 계속 바뀌니까 질릴 틈이 전혀 없더라고요. 그래서 내 성격에 잘 맞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렇게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다른 길은 굳이 쳐다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Q. 고등학교 때 했던 것 중에 재밌게 했던 작품이 있나요?

여러 가지를 했었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두 개가 있어요. 청소년 연극제에서 가장 많이 출품되는 작품인데 <데쓰데이>라는 작품이 있어요. 고등학생들 이야기인데 이 작품으로 제가 상을 받게 돼서 그때부터 제대로 해봐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 작품이에요. 두 번째로 제가 기억에 남는 건 <봄이 오면 산에 들에>라는 우리나라 옛날 작품이 있어요. 옛날에 아마 윤문식 선생님께서 하셨던 역할을 제가 하게 됐는데 거의 말이 없고 나이 많은 역할이었거든요. 말없이 계속 무대 위에서 자고, 지푸라기로 새끼 꼬고... 말을 더듬는 역할이었어요. 그 작품을 하면서 연기가 되게 어렵다는 걸 느꼈어요. <데쓰데이>를 할 때는 사실 청소년 극이니까 ‘내가 원래 사는 대로 이야기하면 되겠네.’ 했는데 <봄이 오면 산에 들에>는 제가 함부로 생각할 수 없는 범위의 내용이었으니까요. 거의 학교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연출님이랑 연습을 하다가 그 어려움 속에서 재미를 느꼈어요. 제 성격 상 보통 어려우면 되게 하기 싫어지는데 이상하게 연기는 좀 어려운데도 계속 하게 되더라고요. 뭔가 희열이 있었어요. 제가 지금 연기를 안 한다고 생각하고 옆을 둘러봤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들어요. 대학교 다닐 때 다른 친구들은 직업이 불투명하니까 교직이수를 같이 하는데 제 성격에 또 그것도 못할 것 같은 거예요.(웃음). 제 성격이 좀 유별났나 봐요. 학교에 다니면 성적을 관리해야 되는데 성적보다는 그 당시에 하는 작품에 너무 신경을 썼는지 교직이수를 할 수 없는 성적이었어요(웃음). 대신 친구들과 추억을 얻었죠. 그런데 전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그럴 것 같아요. 물론 공부도 했습니다(민재당당)! 학고를 받거나 그러진 않았어요. 열심히 나갔죠. 출석은 정말 열심히 했어요. 다만 시험공부를 안했을 뿐이에요. 대신! 오! 이건 좋아요. 이건 좋은 거예요. 실기는 거의 다 A+받았어요(민재당당). 휴-(민재안도). 대학 때 배운 수업 중 ‘뮤지컬개론’이라는 수업이 있었는데 성적은 안 좋았지만 그 수업 덕분에 곡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이상하게 많이 배운 것 같은데 성적은 잘 안 나왔어요(웃음).

제가 2008년에 뮤지컬 <대장금>으로 데뷔를 했어요. 그때는 학생이었을 때인데 기획사 대표님이 저희 교수님이셔서 학생들 중에 몇 명에게 경험을 할 수 있게 기회를 주신 거예요. 그때 친구들이랑 같이 하긴 했는데 저희끼리만 너무 사회에 나와 있으니까 나중에 학교에 돌아갔을 때 기분이 좀 이상하더라고요. 물론 학교로 돌아왔을 때 친하게 지내긴 했지만요. 대학교는 4년이고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많이 보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이후 학교로 돌아와서 졸업할 때까지는 외부활동을 안 해야겠다고 생각 하고 학교만 열심히 다녔죠. 무엇보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게 너무 싫었어요. 빨리 졸업하고 마음 편하게 밖에 활동을 하자 생각을 했던 거죠. 그리고 졸업하기 직전에 <베르테르>에 참여하게 됐죠.



Q. <베르테르>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셨나요?

우체부 역할이었어요. 그래서 카인즈랑 함께하는 장면들도 많고 나중에 총을 전달해주거나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려주는 역할이이에요.

(이미 <베르테르>에 참여했지만 또다시 <베르테르>를 하게 된다면 어떤 역할이 하고 싶으신가요?) 저는 사실 <베르테르>를 어릴 때부터 너무 좋아했어요. 그래서 지금 뮤지컬 중에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이 뭐냐고 하면 <베르테르>라고 말할 정도로요. 그래서 <베르테르>를 한다면 모든 역할을 다 해보고 싶어요. 심지어는 여자 역할까지도요. 물론 롯데는 안 되죠(웃음). 전 예전부터 오르카를 아저씨로 바꾼다면 좀 더 씁쓸한 장면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물론 엄마처럼 포근하게 감싸주는 것도 있지만 남자 대 남자로서 서로 말을 달갑게는 못하더라도 다른 분위기가 나올 것 같거든요. 제가 좀 우울한 감성이 많이 내재되어 있어요. 중학교 때부터 김동률, 박효신 등 온갖 우울한 노래란 우울한 노래는 다 들으면서 자랐어요(웃음). 그래서 구소영 연출님이나 조강하 선생님이 저보고 항상 “너무 우울하다. 너무 아저씨 같다. 애늙은이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셨어요. 

(카인즈도 잘 어울리실 것 같은데요?) 공부를 더 해야죠. 제가 아직 아저씨 역할이 더 잘 어울리나 봐요. 아저씨 목소리를 잘 내나?(웃음) 13년도 <베르테르>때는 심지어 제가 막내였거든요. 막내였는데 가장 나이 많은 역할을 제가 하게 됐어요(웃음). 카인즈랑 제가 6살 정도 차이가 났는데 애취급을 해야 되니까 힘들었죠(웃음). 다행히 성원이 형과 승재 형이 잘 대해주셨어요. 그때 재밌는 일이 많았죠. 한번은 성원이 형이랑 하면서 제가 총에 맞은 적이 있어요. 원래 카인즈가 ‘괜찮아요’라는 노래를 부를 때 무릎을 꿇고 포박된 체로 있을 때 경찰이 총을 우리에게 겨누는 씬이 있어요. 그러면 제가 앞으로 다가가 총을 잡고 제 가슴 쪽에 대는 장면인데 제가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오발이 나서 총이 발사가 되어버린 거예요. 그 짧은 순간에 ‘죽으면 안돼.’라고 생각했어요. 전 나중에 또 나와야 되거든요. 총을 받으러 와야 되는데 제가 죽어버리면 안되니까 순간 많은 고민을 했어요. 처음엔 저도 무의식적으로 손이 배로 갔어요.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까 배에 총을 맞으면 죽을 것 같아서 손이 점점 내려갔어요. 최종적으로 다리를 절면서 연기를 했죠. 아수라장이었어요, 정말(웃음). 그 장면이 카인즈가 열심히 노래를 하면서 카인즈가 보여야되는데 제가 총을 맞아서 쓰러지는 바람에 제가 주목을 받았죠. 그래서 그날은 계속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연기했어요. 공연이 끝나고 연출님께 “잘했다. 재밌었다.”고 칭찬받았죠. 그날 처음 보신 분들은 원래 그런 줄 알고 “왜 이제 총이 발사가 안 되지?”라고 하셨대요. 그래서 이번 시즌 <베르테르>를 할 때 “너 또 총 맞는 거 아냐?”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웃음). 다행히 이번에는 총을 안 맞았습니다.


Q. 연극 <프랑켄슈타인>에서는 어떤 역할이셨나요?

<프랑켄슈타인>에서는 ‘레브’란 역할을 했었어요. 저는 극 중에서 이름으로 거의 안 불려서 아마 기억을 못 하실 거예요. 계속 멸치 이야기를 하는 친구가 하나 있었어요.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처음으로 시체를 연구를 하러 갈 때 어떤 마을을 안내해주고 시체를 도굴해주고 계속 수다스럽게 나오는 애가 있었어요. <프랑켄슈타인> 팀은 너무나 끈끈하게 아직까지도 연락을 해요. 다들 고생을 참 많이 했었어요. <프랑켄슈타인>은 <봄이 오면 산에 들에>와 같이 또 다른 벽에 부딪힌 작품이었어요. 


Q. 바로 전에 한 작품 뮤지컬 <알타보이즈>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요?

원래 저는 올해를 쉬면서 노래 공부를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베르테르>의 인연으로 알게 된 구소영 연출님이 오디션 하루 전에 “경험 삼아 오디션 보러 와라.”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경험 삼아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마침 다른 오디션에서 한 번 뵌 적이 있는 변숙희 대표님이 저를 알아보신 거예요. 그때 오디션에 합격해서 하자고 제안해주셨는데 스케줄이 맞지 않아서 함께 하지 못했었어요. 그때 대표님께서 저를 좋게 봐 주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오디션장에 들어가자마자 대표님께서 “내가 아는 이민재 맞네!”라고 하셨어요(웃음). 계획에 없었던 오디션을 보고 좋은 기회에 <알타보이즈>에 합류하게 되었죠. 하지만 <알타보이즈>를 하면서 또 다른 벽에 부딪히게 돼서 많이 힘든 작품이었어요. 저의 내재된 우울함과 정반대로 너무 밝은 극이기도 했고 춤이라는 커다란 문제도 있었죠. 제가 작품을 하면서 <곤, 더 버스커> 빼고 춤을 췄던 적이 없거든요. <곤, 더 버스커>도 그렇게 춤을 많이 추진 않았어요. 그러다보니까 처음에 되게 막막했어요. 사실 개인적으로는 춤보다는 노래가 더 막막했어요. 제 보이스 컬러는 음역대가 낮은 톤인데 에이브라함이 굉장히 높은 파트거든요. 심지어 창용이 형이랑 더블인데 톤이 안 맞으니까 화음을 정할 때 애를 먹었어요. 형도 많이 힘드셨을 거예요. 그래서 노래에 대한 스트레스가 가장 컸어요. 그리고 에이브라함이 그렇게 해맑을 수가 없어요(웃음). 하지만 오히려 저한테 많은 도움이 됐죠. <베르테르> 같이 했던 상현이 형이나 조강하 선생님께서 항상 “넌 긍정적일 필요가 있다.”고 하셨어요. 제가 딱히 부정적인 것도 아니거든요? 그런데 잘 웃거나 해맑진 않으니까요. 그래서 “밝아질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를 늘 해주셨어요. 그래서 ‘그래, 이참에 좀 밝아져 보자.’고 마음을 먹었죠. 창용이 형은 딱 뚝심 있는 큰형 같은 느낌의 에이브라함이었다면 저는 좀 더 밝은 에이브라함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어차피 제가 막내이기도 하고 여러 가지 외국 버전도 참고를 해보고 하니까 충분히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밝고 긍정적으로 임하게 됐죠. 사실 처음에 에이브라함이라는 캐릭터를 잡기가 굉장히 어려웠어요.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유태인이 크게 와 닿지가 않잖아요. 에이브라함이 초반에는 존재감 딱히 없어요. 노래들은 많은데 대사는 거의 없거든요. 물론  뒤로 갈수록 중요한 대사들을 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긴 하죠. 에이브라함은 외톨이 느낌이라 말이 별로 없는 캐릭터라서 특징을 잡기가 힘들었어요. 그런데 특징을 잡을 때 큰 도움이 됐던 게 홍보팀 덕분이었어요. 홍보팀에서 각 캐릭터에 별명을 붙여줬어요. 에이브라함은 뭘 붙일까 고민하다가 투표를 해서 나온 게 ‘긍정보이’였어요. 그래서 ‘긍정보이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때부터 계속 웃기 시작했어요. 되게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홍보팀 덕분에 캐릭터를 얻었습니다(웃음). 


Q. <알타보이즈> 연습은 어떠셨나요?

저희가 안무 연습을 ‘Rhythm in me’부터 시작했어요. 처음 그 안무를 받았을 때는(아득)....정말... 깝깝-했어요. 막막-하고. 그 노래가 춤추면서 노래하기가 정말 힘든 곡이거든요. 그래서 연습할 때 쉬지 않고 3-4번을 연달아서 하곤 했어요. 하루에 열 번 넘게 ‘Rhythm in me’만 하다보니까 오히려 공연 때는 ‘Rhythm in me’가 제일 편했어요. 정말 좋은 게 <알타보이즈>가 끝나고 바로 <노서아가비> 연습을 시작했는데 연습 두 번째 날에 안무를 했어요. ‘또 안무구나...(민재좌절)’했는데 막상 해보니 안무가 너무 편한 거예요(민재해맑). 전 안무 되게 못하는데 <알타보이즈>를 끝내고나니까 안무가 너무 편해진 거예요. 그래서 <알타보이즈>는 정말 감사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생각지도 못했던 편안함을 주셨어요(웃음).


Q. 비트박스도 따로 배우신 것 같던데요.

레슨 시간이 따로 있었어요. 창용이 형은 원래부터 비트박스를 좀 할 줄 알았고 저는 아예 할 줄 몰라서 배우는 좀 힘들었죠. 원래는 디제잉도 에이브라함이 하는 거였어요. 노래도 힘들지, 춤도 힘들고, 비트박스도 해야되지, 초안 커튼콜에는 디제잉도 에이브라함이 하는 거였어요. 말도 없는 애가 뭘 이렇게 많이 하는지(웃음). 그래도 <알타보이즈> 덕분에 다양한 재능을 탑재하게 되었어요(웃음). 하지만 저희 곡에서 쓸 만한 것만 배워서 어디 가서 써먹기는 힘들 것 같아요(웃음). 계속 똑같은 거 반복이니까.



Q. 에이브라함과 닮은 점과 다른 점이 있다면요?

친구들을 좋아하는 건 비슷한 거 같아요. 저는 친구가 많은 편은 아니고 몇 명 좋아하는 친구들이 생기면 그 사람을 유독 챙기는 스타일이에요.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끼리 연락을 꾸준히 하기가 힘든데 <알타보이즈> 팀은 꾸준히 연락하게 될 것 같아요. 에이브라함이라는 아이의 성격만 봤을 때는 저랑 다른 점을 잘 모르겠어요. 콘서트를 하고 있는 에이브라함의 모습은 에이브라함 본연의 모습은 아닐 수도 있잖아요. 일상생활에서 에이브라함이라면 저랑 많이 다를 것 같진 않을 것 같은데 공연을 할 때의 에이브라함이랑은 확실히 다르죠.


Q. <알타보이즈>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영보이팀(박광선, 문장원, 용석, 우찬, 이민재) 공연할 때 LED가 나간 거예요. 하필이면 LED가 가장 많이 나오는 ‘Church rules’라는 노래에서 갑자기 무대에서 ‘피슝-’ 소리가 나면서 꺼졌어요. LED가 중요한 노랜데 LED가 안 나오니까 저희는 당황했죠. 팔로우 조명이 있었지만 그 조명만 받으면서 노래를 할 수가 없는데 어떻게 해야 되나 되게 많은 생각을 했어요. 이 상황이 길어지면 공연이 중단 돼도 할 말이 없는 상태니까. 저희는 소울센서가 있어야 극이 진행  되는데 아무것도 안 나오는데 “숫자가 줄었어!” 이럴 수는 없잖아요(웃음). 마가 뜨는 그 시간을 채우려고 저희 엄청 노력했어요. 들어갔다 나갔다 하기도 하고 소울센서 심폐소생술 하고(웃음). 너무 길게 느껴졌던 시간이었어요. 사실 그 전까지 관객분들이 마음을 유독 안 열어주신 날이었어요. ‘오늘 좀 힘들겠다.’ 싶었는데 오히려 그 사고가 일어나고 마음을 열어주시더라고요. 그리고 다행히 LED가 돌아와서 무사히 공연을 마칠 수 있었죠. 그날이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인 거 같아요. 

<알타보이즈> 끝나기 2주 전부터 눈물에 발동이 걸리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작품이 끝나가니까 그런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에이브라함으로서 매튜의 이야기를 들으니 울컥하게 되는 게 크더라고요. ‘그래, 이게 맞나보다.’ 싶어서 마음을 열었더니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이 울게 된 거죠. 그때마다 매튜때문이라고 핑계를 댔죠. 한 번은 너무 눈물이 나서 객석을 보고 대사를 못하겠는 거예요. 눈물이 안 참아져서 뒤를 돌았는데 그게 더 문제였어요. 뒤돌았는데 멤버들이 다들 울고 있는 거예요.  제가 처음 울기 시작한 게 아마 광선이랑 막공이었을 거예요. 그게 시작이었어요. 그 이후로 울보 에이브라함이 됐죠(웃음). 너무나 좋아했던 네 명이 믿었던 사람들이 한 마음이 아니게 된 사실에 감정이 격해지고 다시 한 마음이 돼서 손을 잡게 되니까 더 많이 울게 됐던 것 같아요.  

다 너무 좋아요. 알타보이즈 멤버들끼리 만나서 놀기도 해요. 이경이 형 집에서 축구게임하면서 자장면 시켜먹고(웃음). 그냥 동네 형들처럼 됐어요. 남자들 밖에 없고 똑같이 안 되는 춤을 같이 열심히 하다 보니까 단결력이 생겼어요. 그게 정말 커다란 힘이 됐던 것 같아요. 누구 하나 잘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웃음). 


Q. <알타보이즈> 팀이 자라섬 뮤지컬 페스티벌에도 참여하게 됐어요.

저희도 서로 너무 좋아하니까 한 번이라도 같이 무대에 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재밌을 거예요. 연습실 같은 모습이 나올 거 아니에요(웃음). 서로 각자 다른 모습으로, 그것도 못 추고 있는 모습이(웃음). 심지어 공연을 하면서 각자 자기 개성이 생겨서 춤이 정말 더 달라 보일 텐데 말이에요. 그날 비만 안 왔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춤을 다 기억할까요? (몸이 기억을 할 거예요.) 그래요 ‘Rhythm in me’는 나올 수밖에 없을 거예요(웃음). 보통 오랜만에 만난 페어가 공연을 하게 되면 다른 건 춤을 연습해보는데 ‘Rhythm in me’는 춤 연습을 안 하고 공연에 들어갈 정도였으니까요(웃음). 제 인생에 그렇게 땀을 흘리면서 춤을 출 날이 또 있을까 싶어요.


Q. 뮤지컬 <알타보이즈>는 ‘배우 이민재’에게 어떤 작품이었나요?

굉장히 힘들었는데 배우로서 저를 많이 성장할 수 있게 해준 작품인 것 같아요. 제가 배우 생활 하는 것에 있어서 더 열심히 더 절실하게 해야겠다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 준 작품이에요. 한분 한분에게 너무 감사한 작품이고... 무엇보다 관객 여러분들게 너무 감사하죠. 왜냐면 저희는 관객이 없으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작품이니까요. 원래 힘든 작품이 기억에 오래 남는 법이잖아요. 그리고 제가 처음 만났을 때 멤버들에게 했던 이야기가 있어요. “우리는 다섯 명이서 계속 무대에 나오는 작품이기 때문에 친한지 안 친한지 보인다. 그러니까 친해지자.” 아마 많은 멤버들이 기억에 오래 남지 않을까 해요. 


Q. 차기작 뮤지컬 <노서아 가비>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요?

사실 <알타보이즈>가 끝나고 쉬면서 노래 공부를 하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알타보이즈>가 끝나기 직전에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연락이 왔어요. 보내주신 자료를 보는데 캐스트 이름에 ‘우찬’이 있는 거예요. 이제야 말하는 거지만 우찬이 형과 함께하는 거니까 하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알타보이즈>를 하면서 우찬이 형이랑 가장 친했거든요. 이걸로 밀고 나가야죠. <알타보이즈> 두 명(웃음)! 우찬이 형이 아마 잘 어울릴 거예요. 왜냐면 우찬이 형의 성향과 그 느끼함이 또 나오는 역할이어서요(웃음). 우찬이 형은 뭔가 아우라 자체가 느끼해요(웃음).


Q. 뮤지컬 <노서아 가비>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세요.

<노서아 가비>는 소설이 원작이에요. 영화 <가비>는 원작소설이랑 좀 달라요. 저희는 소설원작에 최대한 가깝게 가려고 하고 있어요. 영화는 사랑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뮤지컬 <노서아 가비>는 관객들로 하여금 의문을 갖게끔 하려고 해요. 대사들 중에 확신을 주지 않고 관객들이 의문을 품을 수 있게 해줘요. 그리고 제 역할인 ‘강찬’이란 인물은 소설 원작에는 없기 때문에 아무 정보가 없습니다. 그냥 오롯이 여기서 창작으로 만들어진 역할이에요. 아무도 상상 못하실 거예요. 직접 보러 오셔야 제 역할에 대해서 제대로 알 수 있으실 거예요(웃음). 강찬은 <노서아 가비>에서 멋있는 역할이다 보니 임팩트가 있고 각인이 되어야하는 캐릭터라서 외모에 변화를 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액션이 많다고 해서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웃음). 이번엔 제 성격과 잘 맞는 캐릭터예요. 

연습하면서 대사 중에 여자 주인공이 “찬아, 찬아”하면서 부르는 게 있는데 계속 우찬이 형이 움찔움찔해요. 여자주인공이 “찬아.”하면 형이 “왜?”하고 대답해요. 제가 대답해야하는 데 말이에요(웃음). 그리고 이번에 강찬의 솔로곡 가사를 제가 썼어요. 강찬의 입장과 상황에서 어떤 마음에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말해달라고 해서 음원을 받고 제가 가사를 써서 순전히 저의 노래가 됐습니다. 제가 만든 노래라 의미가 있어요. 제 목소리와 잘 맞는 노래가 나온 것 같아서 좋아요. 저는 슬픈 노래를 좋아하거든요. 저는 모든 장르의 노래를 슬프게 부르는 재주가 있다고 구소영 감독님이 말씀하셨어요(웃음). 


사진출처 : 뮤지컬 <노서아 가비> 공식 트위터


Q. 뮤지컬보다 연극을 더 하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연기할 때가 너무 행복해요. 노래를 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아직 부담이 되요. 무대 위에서 그 사람으로 살아있으면서 상대방이랑 말을 하고 있는 게 너무 즐거워서 연기하는 게 재밌어요. 노래를 하게 되면 물론 그 캐릭터로서 노래를 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노래에 신경을 쓰게 되는 부분들이 있어요. 제가 아직 고수가 아니기 때문에 100% 그 역할로서 그 노래를 다 하지는 못하는 거 같아요. 어찌됐건 ‘이민재’라는 사람으로 노래를 부르는 건 신경 쓰는 부분이 있으니까 그런 것 신경 안 쓰고 그냥 그 사람으로서 온전하게 살아있을 수 있는 연극을 더 좋아하죠.


Q. 혹시 롤모델이 있으신가요?

(엄)기준이 형이요. 기준이 형이 항상 진심으로 연기를 하는 게 좋아요. 물론 많은 배우들이 진심으로 하지만 유독 더 진심으로 느껴지는 사람이에요. 

이번 <베르테르>를 하면서 형이 많이 챙겨주기도 했었어요. 신기한 게 말도 없으면서 잘 데리고 다녀 주셨어요. 형도 지나가듯이 한 번 말을 하신 적이 있는데 형이랑 되게 비슷해요. 특별하게 무슨 행동이나 이런 게 닮았다기보다 ‘나랑 비슷한 사람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며칠 전에 형이랑 야구장을 갔는데 둘 다 야구장을 처음 가는 거였어요. 옆에서 같이 온 사람들은 떠들면서 재밌게 보고 있는데 저희 둘이 앉아서 아무 말 없이 술만 마셨어요. 그리고 항상 술자리를 하게 되면 이상하게도 제가 항상 형이랑 마주앉아있어요. 그리고 정말 신기했던 게 항상 형이 만나자고 하면 약속이 없어요. 딱히 뭐가 없는 날 항상 형이 연락이 와요. 단 둘이는 안 만나고 항상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만나요. 저랑 기준이 형은 항상 마주보고 술을 먹고 있고 옆에서 신나게 떠들고 있고(웃음). 기준이 형이 알게 모르게 잘 챙겨주시니까 저도 좋아하는 거죠.


Q. 배우로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는 커튼콜이 너무 좋았어요. 물론 지금도 커튼콜은 기분이 좋은 거지만 그때는 막연히 커튼콜이 재밌어서 기분이 너무 좋아서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제가 어떤 배우랑 진심으로 소통하고 있다는 게 느껴질 때 희열이 느껴져요. 일방적으로 소통하고 있는 느낌이면 사실 재미가 없어요. <알타보이즈>때도 그런 순간들이 있었어요. 관객들은 잘 모르실테지만 배우들끼리 느끼는 순간이 있어요. ‘내가 이 사람한테 진짜로 말했구나. 이 사람이 말한 걸 내가 진짜로 들었구나.’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어요. 그런 순간에 스스로 이제 배우로서 진짜를 한 단계 걸어가는 느낌이 들어요. 어릴 때는 그저 스킬에 대한 만족도에서 보람을 느꼈다면 지금은 조금씩 진심을 담아가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요. 물론 아직은 전부 다 진심으로 할 수 없지만 진심으로 하게 될 때가 너무 좋아요. 그게 표현이 됐을 때 관객분들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거고요. <알타보이즈>를 하면서는 그런 부분이 되게 어려웠어요. 아무래도 쇼뮤지컬이다 보니까 계속 관객들에게 쇼를 보여주는 게 많다보니 표현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나중에는 오히려 그 안에서 에이브라함으로 조금씩 진심으로 무대위에서 살아있게 된 거 같아요. 


Q. 좋은 공연은 어떤 공연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작품을 만들 때 ‘의도’가 있잖아요. 그 의도를 정확히 관객이 받아들인다면 좋은 작품이지 않을까요? 그 작품을 만들 때 ‘나는 이 작품으로 어떤 걸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생각을 했다면 그걸 관객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정말 좋은 작품인 것 같아요. 물론 관객이 다른 관점으로 느낄 수도 있지만 처음에 의도한대로 관객이 받아들인다면 그게 좋은 작품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Q. ‘배우 이민재’로서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요.

우선 <노서아 가비>가 끝나고 나면 계획했던 공부를 하고 싶어요. 연극을 하면서 공부를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고요. 공부도 하고 작품도 하면서 보내고 싶어요. 그래서 나중에 무대 위에서 살아있는 배우가 되어 진심을 전달하게 되려면 끊임없이 공부를 하고 노력을 해야 되니까요. 계속 공부를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고 그럴 예정이에요. 만약에 또 갑자기 끝날 때 쯤 되가지고 또 누군가의 손에 끌려가게 되면 그때는 어쩔 수 없겠지만요(웃음).

적어도 뮤지컬 노래를 하면서 그냥 노래를 단순히 잘하는 게 아니라 말을 잘 전달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제가 노래를 편하게 할 수 있어야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일단 기술적으로 노래를 편하게 잘 해야 거기에 제가 말을 싣죠. 그래서 그걸 가능하게 하는 공부를 하고 싶어요. 나중에는 노래가 들리는 게 아니라 말이 들릴 정도의 연기를 하고 싶어서요.

정말 이번 <알타보이즈>를 하면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웃음). 제가 계속 스트레스 받으면서 노력하는 모습을 형들이 많이 봐서 “넌 진짜 노력의 아이콘이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대기실에서도 시끄러울 정도로 계속 연습하니까 한근이 형이 맨날 “그만 좀 해~ 시끄러워 죽겠어~”라고 하셨어요(웃음). 저는 공연 전까지 계속 연습했거든요. 

제 노력으로 노래든 대사든 춤이든 그게 진심으로 잘 전달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매 순간 100% 그 감정이 나오진 않겠지만 그 빈도수가 많아지고 잦아지게는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 횟수가 최대한 잦아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최소한 ‘저 사람은 연기하고 있다.’는 느낌은 안 들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알타보이즈>의 에이브라함으로만 만났던 이민재 배우라 조금은 발랄하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었는데 

우리가 만난 '이민재'란 사람은 진중하고 생긱이 깊은 사람이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공부를 더 해서 관객들 앞에 서고 싶다는 이민재 배우. 그 마음이 참 예쁘다. 

아직 어리지만 인터뷰 내내 진솔함을 담아내는 참 진국같은 배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 위에서 살아있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배우 이민재의 성장을 지켜보며 응원하고자 한다.